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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 망명으로


여러모로 고심 끝에 미국에로의 망명을 결심했다. 재망명의 길은 유 학 목적도 아니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조국이 독립되는 날까지 죽도록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밖에 다른 목적이 없었다. 이제 떠나는 이 길은 언제 다시 조국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기약없는 먼 길이었다. 조국의 광복없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망명 길이었다. 가족과 조국이 미칠 정도로 보고 싶고 그리워도 낯선 외지에서 객사를 할지언정 돌이킬 수 없는 길이기도 하였다.


조국의 국권이 빼앗긴 땅에서는 살수가 없어 떠나야만 하는 내 심정 은 부모 걱정, 처자 걱정, 내 사생활의 감정까지 겹쳐 몹시도 번잡고 괴로왔다. 늙고 병든 부모님 곁을 다시 떠나야 하는 마음 속에선 모든 번뇌가 어지럽게 일어났다. 또 다시 부모님 슬하를 떠나야 되겠다는 말 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러 나 내 부모님과 형 님들은 내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먼저 알고 있 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집을 찾아와서 이러니 저러니 성가시게 구는 일본 형사들의 둥살에 내 집안 식구들은 저으기 나의 신상문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내가 그들의 마수에 걸려들어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허다한 애국지사가 3.1 독립운동 이후 그들에게 끌 려가서 억울한 수욕올 당하고 죽는 것을 내 가족들이 수없이 목격해서 만약에 어떤 사태가 나에게 일어날까해서 밤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내 부모님들은 형님들과 의논을 해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아무리 해도 네가 이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겠다. 일본 형사와 그 앞잡이들이 너를 보고 저렇게 매섭게 날뛰니 아무래도 일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미국으로 다시 떠날 차비를 차려라」라고 일렀다.


나는 그날 밤으로 떠날 준비를 극비밀리에 진행했다. 나의 아내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아내도 부모님과 형 님들 못지 않게 나의 재망명에 동감이었다. 이제 떠나갈 시간만 남아 있을 뿐이다. 새벽닭이 몇 번 울었다. 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떠나기 위해서 이른 새벽을 택했다. 이옥고 형님이 찾아와서 떠날 차비를 재촉하였다. 나는 부모님 방을 찾았다. 두 번 다시 살아서 못 볼 부모님이기도 해서 마지막으로 정중하게 큰 절을 했다.


「부디 매사에 조심해서 주 안에서 평강을 빈다」라는 짧은 말로 양친은 나를 격려했다. 나는 복받치고,복바쳐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고 흐느끼며 주먹을 쥔 채 고개를 끄덕여 답례했다. 그 뜨거운 마음,뜨거운 눈물… 이것이 부모님들과는 마지막 작별이어서 그런지 내 심정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팠다. 아무도 모르게 쥐죽은 둣 고요한 새벽밤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고리고 아무도 모르게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 울음도, 통곡도 참아야 했다. 그리고 날이 밝기 전에 떠나야 했다.


그 날은 달도 보이지 않는 칠흙 같은 밤이었다. 간간이 닭우는 소리와 개짖는 소리만 이따금 정적을 깨뜨렸다. 큰 형님을 따라나선 내 발 걸음은 한발한발 집으로부터 멀어질 때마다 정든 나의 집과 내 고향은 말할 수 없는 동경(懷傷)의 대상으로 바뀌어졌다.


큰 형님은 동네를 벗어나 금강 지류까지 오자 돌아서야 했다. 왜냐하면 나와 형님이 동시에 없어진 것을 이웃과 일본 형사가 알면 나의 망명길이 탄로날까 해서다. 다만 그들이 내가 없는 것을 뒤에 알더라도 잠깐 동안은 내가 평소 타처에 출타한 양으로 꾸며댈 수 있었다. 또한 날이 밝아 두 사람이 가는 것올 남들이 보면 수상쩍게 볼 염려가 있어 형님과 나는 여기서 작별을 해야 했다. 형님과의 작별도 이것이 생전에 는 마지막이 되었다.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나라 없는 비극에 지금도 몸서리 쳐질 뿐이다.


약2개월 반동안 조국에 머물렀던 나는 쫓기듯 새벽길을 도망쳐 나온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프고 한이 맺힌 일인가. 나는 가다가는 뒤를 돌아 보곤 했다. 그렇다고 시원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무언지 모르 게 자꾸 돌아보아야 했다. 서쪽에서 동북쪽으로 가는 길이라 해돋이가 있는 방향이건만 마음은 서녘의 석양과 같았다. 15년 만에 찾은 고국을 불과 2개월 반 만에 이런 모양으로 떠나야 하니 앞이 밝게 보일리가 없었다. 오는날부터 시작해서 떠나는 날까지 하루도 마음편할 날이 없었다.


천기도 내 마음올 아는지 날이 밝아오는 그 하늘은 검은 먹구름이 가득 덮혀 있었다. 모든 산천초목이 빛을 잃고 우울에 싸여 있었다. 험상 굳은 저 구름은 마치 왜놈의 광기(狂氣)같았다. 마음을 호되게 다그쳐 먹지 않는한 의기소침(意氣錯沈)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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